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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미지출처 ▶허핑턴포스트]


한국축구가 4강 신화를 이뤄냈던 뜨거운 월드컵 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학생이 되어 주어진 과분한 자유덕에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와 당시의 환희를 마음껏 즐겼다. 친구들과 술집에서 16강전을 보다가 연장전 안정환의 골에 다들 미친듯이 뛰쳐나와서 한강다리를 건너 강남역까지 행진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해, 2002년. 또 하나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다.



민주당 (당시 ▶새천년민주당) 에서는 국민참여경선 제도를 도입해 당내경선을 하나의 축제처럼 만들며 주목을 받았는데 마치 이번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나온 모습과 너무도 빼다 박았다. 노무현은 초라한 군소후보에서 시작해 ▶불멸의 피닉제를 꺾고 대선후보가 된 뒤 한나라당 이회창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매 순간이 기적과도 같이 승리를 하나씩 쌓아간 과정이었다.


그런데, 나의 머릿속에는 노무현의 이 모든 과정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대통령이었는지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 나에게 2002년의 기억은 월드컵 뿐이고,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인터넷에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고 농담하는데나 등장하는 소재였다. 노무현 대통령보다 개콘에서 성대모사하는 김상태의 "맞습니다~ 맞고요" 이 말이 더 익숙하다.


지금와서 보면 그런 내가 이명박근혜 정권, 매국적폐 세력의 9년이 들어서는데 일조한 일등공신이다. 정작 근현대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주제에 "정치인들은 다 헤쳐먹는 똑같은 놈들이잖아" 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투표도 하지 않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나 자신밖에 볼 줄 모르는 옹졸한 시야를 가지고 살아온 것이 대한민국을 퇴보시키는 비극이었던 것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나같이 한국 민주주의 퇴보에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꼭 봐야하는 영화다. 위 두 영화 포스터에 써있는 문구가 있는 그대로 이 영화를 설명해주고 있다. 노무현-문재인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눈시울은 뜨거워지는데 잘은 모르겠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15년 전의 이야기 <노무현입니다>

어린시절 어깨너머로 들어왔던 역사의 조각들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나라는 여전이 일본의 잔재,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지배세력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이 무대와 시스템에 깊게 뿌리박힌 부조리를 외면한 채 그 안에서 무슨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승부를 논할 수 있었겠는가. 나같은 사람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야말로 매국적폐 세력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었다.


노무현은 그 판을 부숴버리려 했다. 그가 정치인생을 걸고 타파하려고 힘써온 지역감정은 매국적폐 놈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돼지 국민들끼리 서로 치고박고 싸우라고 짜놓은 투기장이었다. 영남 출신으로 기득권의 울타리에 들어가 호의호식할 수 있었지만 그런걸 다 버려두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바로 노무현-문재인 그리고 그의 동지들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고 대한민국은 이명박근혜 시대를 맞아 침몰한다. 비로소 나같은 무지랭이들도 두 가지를 깨달았다. 이 나라는 아직 개쓰레기 새끼들이 작당하고 해쳐먹는 단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그런 놈들을 처단하는데 내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변화의 물결을 보는 것이 그 어떤 오락보다도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

왜 그렇게 이명박과 적폐세력들이 노무현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여당과 야당의 선거도 아니요,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아니며, 영남과 호남의 갈등도 아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이 싸움은 친일독재와 국민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노무현은 국가를 좀먹는 그 뿌리를 드러내려고 했기에 그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노무현이 처음부터 이렇게 사람을 생각하고 따뜻한 대통령감이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노무현의 민주당 경선 기적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면, <변호인>은 노무현의 변호사 시절을 그리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부동산, 세무 변호인으로 출발했다가 군부정권의 빨갱이 종북타령 희생양이 된 ▶부림사건의 변호인을 맡으면서 그 안의 뜨거운 피가 깨어나게 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 어딘가에도 뜨거운 정의의 씨앗이 분명히 있다. 타협할 수 없는 정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거 같다고 말하는 목소리,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 이런것들이 우리에게 한 걸음을 내딛고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우리 한명 한명이 바보 노무현이 될 수 있게 한다.


[변호인 노무현-문재인의 법률사무소]


노무현과 문재인을 알게 된, 느끼게 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정의의 싹이 틔우고, 그 사람들이 또 정의의 씨앗을 심어나가면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게 아닐까.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기대했던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더더욱 죄송스럽다. 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치열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온 분인데, 내가 드릴 수 있는거라곤 고작 그 한 표와 작은 관심 뿐이었는데 그조차 하지 못해서.


 

영화의 마지막, 변호인 시절부터 함께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담담히 유서를 읽는다. 노무현은 문재인의 친구라서 대통령 감이 된다. 자랑스럽다 라고 했던 사람이다. 그의 유지는 이제 문재인에게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김대중에게서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고, 노무현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문재인이 이제 그 첫발을 내딛는 단계이다.




[유시민 작가와 노무현 후보시절의 대화]


-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

- 옵니다. 왜 안오겠어요.

- 그런가요. 그런데 그 때에는 내가 없을 것 같아.

- 후보님은 첫 파도를 타신 겁니다. 

첫 파도가 끝까지 갈 순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다음 파도들이 끝까지 가겠지요.

- 그럼 됐지.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지금이 노무현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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