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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전 우리는 이상화 선수가 4번째 참가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피나는 노력으로 정상에 오른 또다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고다이라 나오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방해꾼으로 생각하고 일본선수가 자빠지길 바랬던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후 보여준 그들의 우정은 올림픽 정신이 무언가를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고다이라 나오가 금메달을 따고도 이상화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며 보인 존경과 배려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베스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정부 이후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매우 안좋지만, 이렇게 마음이 올곧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메달을 몇 개 따고 순위가 몇위인가 뭣이 중헌디. 우리가 원하는건 바로 이런것이다.


그러나 감동도 잠시, 불과 다음날 여자 팀추월경기에서 경악을 금치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팀추월은 400mm 트랙 6바퀴를 (2400mm) 3명이 일치단결해서 도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다. 마지막 주자의 기록이 팀기록이 되기 때문에 앞에서 아무리 잘달려도 전혀 소용이 없다. 3명이서 순서를 바꿔가며 체력 안배를 하고 서로 도와가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그런데 마지막 두바퀴를 남겨놓고 선두에서 달리던 노선영이 후미로 빠지자 김보름과 박지우가 냅다 스퍼트를 내서 노선영을 버리고 가버린 것이다. 팀추월 종목에서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2인3각 경기를 하는데 묶은발 풀고 혼자 결승선에 달려서 들어가버린 꼴이다.


팀추월 올림픽 경기중계만 봤을때는 마치 마지막에 달리는 노선영이 힘이 빠져서 못따라오고 결과적으로 팀에 민폐를 끼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종료 직후 일부 기사는 그런식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탈락 결정적 요인…조용히 경기장 빠져 나간 노선영 (스포츠서울 이용수)


하지만 애초에 저렇게 버리거 가면 따라올 수가 없는 것이다. 팀추월에선 선두에서 저항을 맞아주며 달리는 주자가 30%이상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선두에서 달리던 노선영이 후미로 왔을때 가려주며 끌고가지 않고 휭 가버리면 똑같이 저항을 맞으면서 계속 달려야 하니 힘이 빠지게 된다. 결국 마지막 한바퀴를 남겨놓고 노선영이 쳐지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승훈이 소개해주는 팀추월 경기란? 쳐지는 선수가 생기면 그 위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며 같이 달리는, 그야말로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남자팀은 88년생 선배인 이승훈선배가 앞에서 선두를 많이 달리며 체력적 부담을 지고, 아직 어린 01년생 정재원이 힘들어하자 가운데에 놓고 1500mm 동메달리스트인 99년생 김민석이 뒤에서 밀어주며 함께 경기를 치뤄 준결승에 진출했다.


네덜란드 팀도 살아있는 전설 스벤 크라머가 힘들어하는 팀원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팀을 이끌어 준결승에 진출했다. 동료애니 올림픽 정신이니 이런거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원래 이 팀추월 종목 자체가 상대팀 꼬리잡기를 해야하는데 탑슬래스 경쟁자끼리 그런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니, 당연히 같이 합심해서 기록을 노리고 들어와야한 하는 경기이다.


본격적인 불씨는 경기 후 노선영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김보름, 박지우 둘만 실실쪼개며 진행한 인터뷰 때문에 불거졌다.


김보름 : 연습을 많이 해왔었는데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풉) 뒤에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

박지우 : 보름이언니가 팀추월에서 제일 에이스 역할을 맡고있어서 안떨어지려고 도움을 주었는데 뒤를 못봤다.


이 인터뷰 멘트로 인해 사람들의 '의혹'이 불거지게 된다. 정상적이라면 울면서 경기장을 나간 노선영을 위로하거나, 인터뷰 때도 팀추월의 기본적인 룰조차 못지킨 자신들의 전략미스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일텐데, 오히려 노선영 선수 탓을 하는듯한 뉘앙스로 임한 것이다.


사람들은 일부로 버리고 달린후 노선영 탓으로 몰아가려는 고의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오랜 적폐로 지적되온 한체대 파벌문제가 거론되며 청와대에 빙상연맹 해체청원까지 일어났다. 경기 종료후 밤에 청원이 시작되어 반나절도 안되어 3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 배후의 원인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김보름 박지우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 엄중처벌 청와대청원





<여자 팀추월 경기전 선수들 모습>

나도 보면서 조금 위화감을 느끼긴 했는데, 그래도 웃으면서 편해보이는 표정이라 내부에 불화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올림픽 출전권 박탈로 이슈가 되었던 노선영 선수가 나왔구나 라고만 생각하고 봤을 뿐.



<여자 팀추월 경기후 선수들 모습>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동생의 꿈을 대신 이뤄주려고 나온 노선영이 경기후 참담한 표정으로 좌절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나 코치 누구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다. 네덜란드 사람인 밥데용 코치만 분위기에 잠시 당황하다가 와서 토닥여주고 있다. 뭐야 이게.... 


여자 팀추월 경기의 김보름, 박지우 인터뷰는 밤새 이슈가 되었고, 오늘까지 회자되는 중이다. 많은 언론에서 추가 인터뷰와 관련기사를 내놓고 있다.

김보름 : 제일 언니인 노선영이 조금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라커 들어가서 이야기 해봐야할 것 같아요.

박지우 : 선영 언니가 이렇게 될거라는 생각을 안한건 아닌데 기록 욕심도 있고, 보름 언니가 팀추월에서 큰 역할을 맡고있는건 사실이고 보태서 밀어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노선영이 떨어질 것도 생각해서 밀어야 되나 기록을 단축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더 큰 도전을 택했다. 불화는 없었다. 노선영도 잘 할 수 있을거 같다고 해서 믿고 했는데 아쉽다.



단순히 한 선수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표적이 빙상연맹이 되다보니 나서서 수습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빙상연맹에서 기자들을 포섭해서 실드치는 여론을 만들려고 한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클리앙 빙상연맹 기자포섭 제보 (출처가 없는 근거빈약한 루머성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정말 빙상연맹에서 기자들에게 지침을 줬는데도 안먹혔는지 워낙 여론이 거세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기사를 쓸 수 없는 상황인건지 대부분의 불붙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포츠조선 신보순] 팀추월의 아쉬움, "괜찮아요", "힘내요" 그 한마디 그렇게 힘들었을까

▶[한국 최봉석] 김보름 인터뷰, 실수? 고의?

▶[Newbc 고일석] 여자 팀추월 경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이영하 전 빙상국가대표 감독


이영하 전 감독은 연맹의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꼬집었다. 올림픽 출전권 박탈당시 빙상연맹의 문제점을 꼬집었던 노선영에 대한 악감정으로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런 망신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서 이제 빙상연맹의 실권자인 부회장 전명규라는 인물의 이름이 등장한다. 




전명규는 한국 빙상계에 명과 암이 모두 많은 사람이다. 남녀대표팀 감독을 맡아 수백개의 메달을 일궈냈으며, 안현수와 같은 걸출한 스타를 '발굴'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편으론 특혜와 파벌싸움에 피해를 보는 ▶민룡과 같은 선수도 많이 생겨났다. 실력은 좋지만 독선적이고 편협한 운영방식 때문에 불만을 가진 이가 많았을 것이다.


빙상계 파벌싸움에 한체대 얘기가 나오는데 전명규가 한체대의 빙상 교수여서이고, 결국 이 파벌싸움이란 전명규가 발굴하고 애지중지 키우는 선수들과 다른 출신 선수들과의 갈등을 말한다. 그래서 빙상연맹 파벌싸움은 전명규계냐 비전명규계냐 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감독 코치가 어느쪽 출신이 오냐에 따라 밑에 선수들도 차별을 받게되는 운명에 휩쓸리는 것이다.


인터넷 자료이긴 하지만 ▶빙상연맹 파벌 변천사 정리된 내용도 있으니 참조. 전명규가 떠나있으면 비전명규파가 득세하고, ▶전명규가 복귀를 하면 이쪽이 다시 혜택을 받는 식으로 치고박으며 계속되온 악습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전명규라는 사람 한명 퇴출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빙상연맹의 조직과 이바닥의 돌아가는 방식을 싸그리 뜯어고쳐야만 한다.


전명규와 비전명규가 권력을 놓고 싸운다고 가정했을때, 그 밑에 같이 파벌싸움에 휘말리는 선수들은 해피할까? 정답은 노. 내 라인이 득세해야 겨우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고 라인 잘못타면 실력이 좋아도 기회를 박탈당할수도 있는 불합리한 제도하에 노출되어버린다. 


전명규계 안에서만 안현수 이상화 이승훈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면 그또한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썩은 정치권처럼 권력과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선수들의 꿈에 빨대꼽는 이런 적폐의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


이번에도 ▶대표팀 팀추월 훈련한 적 없다며 전명규 주도하에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체대에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이 따로 훈련한다는 노선영의 인터뷰가 공개되었는데, 같이 합을 맞춰보지 않고 팀종목에 참전한 것이라면 어쩌면 이는 예견된 참사였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여러 정황증거들을 바탕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적폐 꼰대들이 원인인 경우. 빙상연맹 내부고발자 셈인 노선영이 찍히고, 선수관리와 훈련에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다가 올림픽 경기에서도 쳐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여 대국민 망신을 준 뒤 이바닥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려는 모략. 이게 성공했다면 다른 선수들은 무서워서 부조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일부 스타선수를 위해 다수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다.


2) 단지 선수들간의 불화였을 경우. 캐나다의 중계 해설위원은 질투심 많은 사춘기 소녀들이 팀을짜면 이럴 수 있다고 비웃었다고 한다. 인터뷰 영상까지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선수들 사이에 왕따가 있었다고 해도 그게 단지 선수들만의 문제일까? 올림픽 국가대표 한팀에 나가는 선수끼리 왕따를 한다? 뭔가 더 큰 압박이 있지 않으면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리 다음으로 경기를 펼친 일본과 중국은 단합된 모습으로 경기를 펼치며 나란히 2,3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얼마나 대망신인가. 온국민을 대표해 태극기를 달고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온국민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다.


3) 정말 아무 불화가 없는데 작전착오로 발생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과 코치가 자기들 잘못이라고 석고대죄하면서 노선영도 자기탓이다 욕그만해달라 하면서 덮는 시나리오가 예상이 된다. 빙상연맹 입장이라면 그렇게 지금 이 논란을 잠재우는게 가장 적절하지.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가장 이상하게 생각해야한다. 적폐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전명규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여러번 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후 ▶짬짜미(승부담합)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2012년 복귀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 안현수의 활약에 따른 비난여론과 최순실이 해쳐먹으려고 따까리 ▶김종으로 압박해서 물러났다가 2017년 빙상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후 또한번 물러날 위기를 맞는다. (-_-...)

김종이 줄기차게 털었지만 비리나 부정청탁은 없었떤 모양인데, 그러게 좀 인간적으로 공평하게만 운영하지 아쉬운 부분이다. 고인물이 썩지 않기는 어려운 법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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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용건 2018.03.19 06:41 신고

    완전좋아